후끈한 여름엔 역시 페스티벌 생각이 나기 마련입니다. 작년에는 이유식 독자 여러분께 코첼라 소개를 드린 바 있었죠? 이번에도 6월을 맞아 음악 팬들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 페스티벌을 하나 소개해볼까 해요. 바로 글래스턴베리입니다.
사진 출처: 글래스턴베리 공식 페이지
(아...가고 싶다...)
글래스턴베리는 매년 6월 마지막 주, 영국의 워디 팜(Worthy Farm)에서 열리는 영국 최대의 음악 축제예요. 작년에만 약 14만 장의 티켓을 위해 250만 명이 동시접속 할 정도로 가는 것조차 힘든 페스티벌이거든요. 그런 만큼 라인업 또한 세계 최고를 자랑합니다. 올해에도 엘튼 존과 건즈 앤 로지스, 라나 델 레이 등이 출격하는데요. 하지만 이 축제가 특별한 점은, 바로 미치도록 낭만적이라는 점이죠.
포스터를 보면 여타 페스티벌과 다르게 스폰서가 ‘supported by’가 아니고 ‘supporting’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 말인즉, 페스티벌이 후원받는 것이 아닌 후원을 해준다는 말. 옥스팜과 워터에이드, 그린피스 같은 사회단체가 글래스턴베리의 후원을 받고 있어요.
🎵Pulp - Common People (Glastonbury 1995)
글래스턴베리를 처음 개최한 워디 팜의 농장주, 마이클 이비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마이클은 1969년, 집 근처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감명을 받고 본인 농장에도 페스티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6~70년대의 페스티벌이 하나씩 초심을 잃고 몰락할 때 글래스턴베리는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킵니다. 지금까지도 페스티벌을 통해 돈을 버는 게 아니고, 페스티벌을 열기 위해 돈을 번다고 하죠.
🎵 The Verve - Bittersweet Symphony (Glastonbury 2008)
그래서 뮤지션들에게도 글래스턴베리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데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좋아서 울기도 합니다. 마이클의 딸 이비스는 적정가의 10% 정도만 내고 뮤지션을 섭외한다고 밝힌 바 있거든요. 그리고 관객으로 나타나는 뮤지션도 많아, 가끔씩 자연인(?)으로 나타나는 뮤지션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해요.
사진 출처: Radio X
실제로 가본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글래스턴베리는 정말 옛날 히피의 모습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주변은 황량하고, 전기도 없고 화장실도 열악하죠. 가끔 텐트를 찢고 물건을 훔쳐 가는 사람도 있고요. 셔틀도 없이 여의도 1.5배 되는 부지와 100개 넘는 스테이지를 걸어 다녀야 해요.
🎵 The Killers - Mr. Brightside (Glastonbury 2019)
사진 출처: CNN
하지만 그런 불편함은 짜증이 아닌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음악으로만 하루를 채운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고요. 그 어떤 페스티벌보다 자연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음악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진리를 그 어떤 것보다 잘 보여주는 페스티벌이었습니다.
🎵 Paul McCartney - Band on the Run (feat. Dave Grohl) (Glastonbury 2022)
미국에 코첼라가 있다면, 영국엔 글래스턴베리가 있다! 언젠가는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해요.
복고맨 소개│한 시대를 풍미한 옛날 뮤지션과 문화 전반의 이야기를 하는 유튜버 복고맨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음악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들을 수 있을지, 어떻게 내가 듣는 음악을 퍼뜨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이유식에서도 그런 고민의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리 모두의 음악이 풍성해지는 그 날까지, 이유식에선 비단 복고 말고도 여러 음악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복고맨 유튜브 채널 방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