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유식에선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믹 재거(Mick Jagger) 이야기를 했는데요. 오늘은 여기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해요. 보컬리스트 믹 재거와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Keith Richards)의 재거-리처즈 작곡 콤비는 레논-매카트니에 버금가는 작곡 콤비로 유명한데, 90년대 이들의 곡 중 가장 히트한 곡은 무엇이었을까요?
1997년에 발매된 ‘Bitter Sweet Symphony’는 UK 차트 2위를 비롯해, 빌보드 차트에서도 12위를 기록하는 등 아직까지도 브릿팝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로 남아있는데요. 말 그대로 인생의 달콤씁쓸함을 보여주는 교향곡 같은 노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번 CM송으로 쓰여 익숙한 분들이 계실 거예요.
🎵The Verve - Bitter Sweet Symphony
하지만 이 곡은, 들어보면 전혀 재거-리처즈 노래 같지 않은데요. 사실 밴드 버브의 보컬리스트, 리처드 애쉬크로프트가 롤링 스톤스의 ‘The Last Time’을 샘플링해서 만든 곡이었어요. 정확하게는 원곡도 아니고, ‘The Last Time’의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이었습니다.
🎵 The Last Time · Andrew Oldham Orchestra
사진 출처: IMDb (앨런 클라인)
리처드는 이 곡을 듣고 “어마어마한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 했고, 원곡을 발매한 레코드사에게 샘플링 허가를 받아요. 하지만 리처드 측은 한 사람의 허락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깜빡했는데, 바로 이 당시 롤링 스톤스 곡의 권리를 갖고 있던 ABKCO사의 대표 앨런 클라인(Allen Klein)이었죠. 앨런은 철저한 사업가로 악명 높았고, 이미 음반 생산 단계에 들어간 ‘Bitter Sweet Symphony’의 멱살을 쥐고 흔들어요.
'Bitter Sweet Symphony'가 수록된 버브(The Verve)의 [Urban Hymns] 커버
버브의 베이시스트 사이먼 존스(Simon Jones)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5대 5로 나누기로 합의했는데, 판매량이 높아지자 말을 바꾸더라”고요. 앨런은 밴드 측에 허락한 부분보다 더 많은 부분을 사용했다면서, 회사(ABKCO)에 곡 수익 100% 전부 바치든가 아니면 판매를 중단하라고 으름장을 놓아요.그 결과 리처드는 자신의 권리를 모두 포기했고, 공식적으로 ‘Bitter Sweet Symphony’는 롤링 스톤스의 ‘재거-리처즈’가 작곡한 곡이 되어버리거든요. 리처드는 이름만 올라가 있었지만 단 한 푼도 벌 수 없었고, 고작 1천 달러를 받은 게 전부라고 해요.
후문으로는 앨런이 원래부터 샘플링을 싫어했고, 리처드 측에서 실수로 먼저 샘플링을 해 버리자 아예 본때를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고도 합니다. 리처드 애쉬크로프트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한이 맺혔는지 이렇게 말했거든요. “이 곡이 재거와 리처즈가 쓴 지난 20년의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일 거라고요.
사진 출처: Pitchfork (좌: 믹 재거, 우: 리처드 애쉬크로프트)
앨런 클라인 사후인 2019년이 되어서야, 리처드 측은 믹 재거와 키스 리처즈에게 곡의 권리를 다시 넘겨달라고 부탁하게 됩니다. 둘은 기꺼이 권리를 포기했고, 이때가 되어서야 ‘Bitter Sweet Symphony’는 온전히 리처드의 곡이 될 수 있었어요.
사진 출처: The Guardian (리처드 애쉬크로프트)
22년이 지나고서야 원주인을 찾게 된 이 곡. 정말 이름처럼 ‘달콤씁쓸한’ 저작권 세계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였죠.
복고맨 소개│한 시대를 풍미한 옛날 뮤지션과 문화 전반의 이야기를 하는 유튜버 복고맨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음악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들을 수 있을지, 어떻게 내가 듣는 음악을 퍼뜨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이유식에서도 그런 고민의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리 모두의 음악이 풍성해지는 그 날까지, 이유식에선 비단 복고 말고도 여러 음악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복고맨 유튜브 채널 방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