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고민했습니다. 항상 팝 플레이리스트만 소개해 드린 것 같은데, 이번엔 재즈로 가보려고 해요. 왁자지껄한 휴가도 좋지만,나지막이 들려오는 재즈와 함께 느긋한 휴가 어떠신가요?
🎵Ella Fitzgerald - Too Darn Hot
첫 번째 곡은 엘라 피츠제럴드의 ‘Too Darn Hot’입니다. 곡 제목에서 보이듯, 너무너무 더운 날씨에 관한 노래인데요. 이 노래를 들여다 보면 이야기할 거리가 산더미예요.
가사에서 화자는 연인과 함께하고 싶지만 날이 너무 더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 노골적으로 들어가면, 사랑을 나누고 싶은데 더운 날씨가 의욕을 마구마구 떨어뜨리고 있어요. 시대 상황과 엮어서 분석해 볼까요? 중간쯤에 ‘킨제이 보고서에 따르면 보통 남자들은 기온이 낮을 때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길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Too Darn Hot’이 처음 나왔던 1948년은 인간의 성생활을 심층 분석한 ‘킨제이 보고서’가 등장했던 해이기도 해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제대로 사랑을 나눌 수도 없다면서 더운 날씨를 불평한 셈이죠.
이 곡은 1948년,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의 1막과 2막 사이를 연결해 주는 곡이었는데요. 1956년 엘라 피츠제럴드가 가창한 버전이 가장 유명해요. 분명히 불평하는 노래이지만, 엘라의 목소리는 무더운 여름 분위기를 시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Nat King Cole - Those Lazy, Hazy, Crazy Days Of Summer
냇 킹 콜의 ‘게으르고, 몽롱하고, 열광적인 여름날’은, 이전 곡과 달리 여름이란 존재를 너무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이런 날이 왔으니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해변으로 휴가도 떠나자는 내용인데요. 여름이 항상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말 그대로 ‘게으르고 몽롱하지만 누구보다 열광적인’ 휴가를 꿈꾸는 모습이에요.
1963년 냇 킹 콜이 독일어 원곡을 영어 번안곡으로 발표했는데요. 가사 번안을 맡은 찰스 토비아스(Charles Tobias)가 중시했던 건 “향수를 일으키는” 가사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더워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는 젊은이들에게 “여름이 얼마나 좋은 날인데” 하면서 알려주는 어르신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드라이브 인 영화관에서 로맨틱한 장면이 나오자 연인들이 키스한다’는 가사를 보면 같은 날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느낌이 오죠.
🎵 Lana Del Rey - Summertime (The Gershwin Version - Official Video)
‘Summertime’은 조지 거슈윈이 오페라 ‘포기와 베스’의 일부로 작곡한 1935년 노래였는데요. 어머니가 아이를 달래기 위해 불러주는 자장가였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냉혹해도 우리 아이만큼은 안심하고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마음이 깃든 곡이죠. 이 곡은 시간이 지나며 가장 많이 커버된 재즈 스탠더드 중 하나가 됩니다. 구슬픈 멜로디와 가사만큼 그 느낌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정말 달라져요.
원래는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듀엣곡을 말씀드리려 했는데, 이미 앞에서 엘라 피츠제럴드의 곡을 뽑았는지라 라나 델 레이의 커버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2020년 코로나 시국에 발표되어, 수익금은 자금난을 겪는 뉴욕과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기부되었죠. 고전을 재해석하는 라나 델 레이의 매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곡이기도요.
이번 주말은 각기 다른 시점의 여름 재즈곡 들으시면서, 여러분만의 여름을 만끽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복고맨 소개│한 시대를 풍미한 옛날 뮤지션과 문화 전반의 이야기를 하는 유튜버 복고맨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음악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들을 수 있을지, 어떻게 내가 듣는 음악을 퍼뜨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이유식에서도 그런 고민의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리 모두의 음악이 풍성해지는 그 날까지, 이유식에선 비단 복고 말고도 여러 음악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복고맨 유튜브 채널 방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