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윌 네버 다이..." 메탈 청년 희미넴을 울린 건즈 앤 로지스(2016년 코첼라)
제가 혹시 방금 ‘헤드라이너 공연을 능가하는’이라고 썼나요? 죄송합니다. 정정하겠습니다. 잠시 후 아이스 큐브에 이어 무대에 오른 헤드라이너는, 건스 엔 로지스였습니다. 2009년 내한 때 보컬 액슬 로즈의 재앙적(제왕적 아님) 가창력을 ‘직관’하고 환멸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이 무대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무려 23년 만에 전성기 라인업으로 돌아온 건스 엔 로지스였거든요. 액슬 로즈, 슬래시(기타), 더프 매케이건(베이스기타)을 한 프레임에 담는다는 것만으로 가치 있는 무대였지요.
하지만 세 멤버의 ‘스리 샷’만으로는 2009년의 악몽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초반엔 말이죠. 첫 곡으로 ‘It’s So Easy’를 불렀는데, 로즈는 1절과 첫 후렴 모두 원곡에서 무려 한 옥타브를 낮춰서 웅얼거렸습니다. 불안했습니다. ‘노래가 안 되니 그냥 밥 딜런 스타일로 2시간 동안 읊조려 버리려나, 아으 다롱디리.’
그러나, 생각해보면 ‘It’s So Easy’는 원래가 그런 곡이었습니다. 곡의 피날레에서야 고음이 터져나오는 광기의 세레나데. 그리고, 마치 활화산처럼 곡의 막바지에 부활한 불사조와 같은 액슬 로즈의 초고음이 터져 나올 때, 사막을 메운 수만 명의 환호는 화산처럼 봉곳하게 솟아올랐습니다.
네 번째 곡 ‘Welcome to the Jungle’에서, 이 사내들은 사막을 그만 질펀한 정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You know where you are? You are in Coachella, Baby!” 로즈의 외침에 객석은 열기를 넘어 광기로 달아올랐지요. 2012년 코첼라에 등장한 저 홀로그램 투팍의 “What the f**k is up, Coachella?”는 직접 못 봤지만, 23년 만의 재결합 라인업에서 저 외침도 그 펀치감이 상당했습니다.
‘Estranged’ ‘Live and Let Die’ ‘You Could Be Mine’ ‘Sweet Child o’ Mine’ ‘Civil War’…. 그리고 ‘November Rain’과 ‘Knockin’ on Heaven’s Door’까지. ‘Use Your Illusion’ 앨범 시리즈를 LP 판 뒤집어가며 끝없이 듣던 어두운 학창 시절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던 그때, 옆에서 연방 휴대전화를 들어 올리며 사진을 찍던 제임스가 말했습니다.
“넌 모를 거야. 내가 하와이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건스 엔 로지스가 내 영혼을 어떻게 구원해줬는지 말이야.”
제임스의 두 눈에서는 사막을 흠뻑 적실 기세로 양 갈래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어요.